짤막딸막

이 셋 중에 결혼 하라고 하면 누구와 결혼 하겠어? 유치한 게임이라고 하면 유치한 게임이었다. 뽀뽀, 결혼, 죽음. 셋 중 고르라는 게임. 살짝 술에 취해 있었던 내 시야에 세 사람이 보였다. 어디 보자... 이런 게임은 이유를 설명하면 감정도 상하고 재미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나는 생각한다. 도베르만은 결혼 경력도 많고 나이도 많고 바람도 잘 피니까, ...

타지에 대학생활을 하던 시절에 만난 최악의 룸메이트가 있다.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하우스메이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한다. 내성적이고 말이 없던 하우스메이트가 블로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나는 놀랐다. 워낙 말이 없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던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지내는 사람인지 너무 궁금했던 나는 그녀의 글을 읽어 보았다. 그...

직장에서 나를 미워하는 상사가 있었다. 매일 별 것도 아닌 일로 나를 스트레스 받게 했다. 뭐 할 때마다 다시 하라고 하고, 흉내내고, 야근도 시키고, 교묘하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 때문에 나는 아주 죽을 맛이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나를 못 살게 구는 거야?" 내가 고민을 나누자, 친구가 조언을 했다. "네가 맨날 가만히 있으니까 괴롭히는 거 아니야....

평소에 다니던 스트립클럽에 아무 생각 없이 무대를 보고 있는데, 옆에 남자 둘이 와서 앉았다. 마음에 드냐느니, 예쁘다느니, 별 추파를 다 보내는 걸 별 생각없이 듣고 있는데, 나에게 무대에 올라가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왜. 별 웃긴 소리를 다 듣겠다고 생각하면서 듣고 있는데, 스트립을 한번 하면 평생 먹고 살 돈을 주겠다고 했다. 참 나....

1. 어째서 그와 나는 멀쩡하게 대화를 나누다가도, 항상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의 목을 두 손으로 조르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게 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그는 그게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대부분 다정한 내가 그에게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의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통은 화를 눌러두는 ...

A는 예전, 학창시절에 알고 지내던 B가 자신의 옆집으로 이사왔을 때, 그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B는 조용한 아이였고, 자신과 딱히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안면이나 트고, 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했다. 그게 다였다. 생활패턴이 달라서, 자주 만날 일은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경비원이 B가 A의 집...

1. 비엘 클럽 우리 학교에는 공공연한 비밀인 비엘 클럽이 있다. 잘생긴 남자애들이 서로를 애틋하게 보듬고 사랑하고 아끼는 아름다운 장면을 그리고, 쓰고, 논의하는 학구열 높은 여자 아이들이 모여서 만남을 가지는 동아리이다. 우리는 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한 때에는 게이 남자아이도 들어온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아무리 오픈 마인드를 가지...

어렸을 때에는, 스스로 문과가 적성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는 것, 공상을 좋아하는 것, 사촌동생과 놀아주면서 인형놀이를 하며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 어려운 문제에 토론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그 모든 것이 문과적인 특징이라 생각되었다. 역사와 문법을 좋아했다. 하지만 지리는 어려웠다. 수학과 화학은 쉬웠다. 하지만 물리는 조금 그랬다....

또 그 싫은 사람이 찾아왔다. 별로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이때까지 보여준 성의가 있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듣기나 하려고 했다. 여느 때와 같은 개소리였다. 평소 때처럼 그냥 못 들은척,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도발이 점점 강도가 세져서 빡 돌아 버렸다. 이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밑도 끝도 없는 중상모략에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나머지...

오늘도 눈물을 마시는 새가 다가왔다. '저기 저 사람을 봐.' 새가 속삭였다. '쟤가 너를 속이고 배반하고 베껴서 지금 너보다 더 잘나가잖아. 밉지 않아? 증오하지 않아?' '부질없어.' 내가 한숨 쉬었다. '증오만큼 부질없는 게 어딨어?' '저런 악인은 미워해도 되지 않을까?' 끈질긴 새의 부추김. '여기서 제일 못나고 미운 건 너라고. 그렇게 이간질, ...

내가 간간히 쓰던 소설을 단짝친구에게 보여줬다. '별로다,' 그녀가 말했다. '남에게는 보여주지 않는게 좋겠어.' 아마도 나는 그녀의 말이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친구와는 연락이 한동안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눈물을 마시는 새가 날아와 나에게 속삭였다. 내가 쓰던 소설을 그녀가 베껴서 돈을 벌고 있다고. 이제 나 같은건 아무도 기억하지 ...